미디어브레인

우리 채널도 하수 종말 처리장이 될 수 있으니 각오해라

💭 미브 브레인들의 릴레이 탐구 시리즈. 세 번째 주제는 ‘밈’입니다. 인터넷 슈퍼 스타에 대한 인사이트를 만나보세요.

일단 들어가기 전에 마케터라면 :
솔직히 검색 창에
‘요즘 유행어’ 쳐 봤다 손?
🙋🏻‍♂️

누가 봐도 흥미가 떨어지는 내용이라 심폐 소생 차원에서, 약소하게나마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요즘 뭐 재밌는 거 없어요?”라던 클라이언트의 한마디가 영 찝찝해서… 오늘도 콘텐츠에 유행어와 짤을 녹인다.

공중파 뉴스까지 진출했다? 우리는 그걸 확인 사살(R.I.P)이라 부릅니다

문제는 커뮤니티, X(구 트위터)에서 봤을 땐 분명 웃겼던 밈(Meme)이 잡자마자 죽어버리는 멸치 급으로 생명력이 사그라든다는 거다. 밈은 공중파 방송이나 정치인이 쓰는 순간 사망 선고라는데, 멀리 갈 것도 없이 마케터 손으로 영영 저세상에 보낼 수 있다.

‘알잘딱깔센’, ‘화려한 ~이 감싸네’… 밈 납골당을 파헤친 게 아니고서야 2024년 1월에 발행한 사실이 안 믿긴다는 삼성 갤럭시 S24 마케팅 콘텐츠

울지 말고
총 몇 개의 플래그가 떴는지 말해 보자
😇

마케팅 밈 사망 선고 플래그

1. 나 정도면 밈해력을 넘어 밈잘알이라 자평한다.
2. 클라이언트나 윗사람의 관심이 많다 못해 열정도 넘친다.
3. 원류 팩트 체크 없이 문맥과 시대 감수성을 후순위에 둔다.
4. 눈치 게임에 실패해 헐 대로 헌 밈에 막차를 탄다.
5. 어떤 포인트에서 인기인 밈인지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다.
6. 숨 쉬듯 자연스레 알게 된 밈보다 검색해서 수집한 밈이 다수다.
7. 게다가 처음 접하는 밈마저 늘었다.
8. 밈의 맛을 살리는 원형, 플랫폼 기조보다 우리 스타일이 중요하다.
9. 마음이 앞선 탓에 결과물에 힘이 잔뜩 들어가 부담스럽다.
10. 목표 의식이 타깃 이해, 쌍방향 소통이 아닌 다른 데 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에이징 커브는 아직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MZ 세대 마케터도 예외는 없다. X에서 활약하며 ‘알티 스타’가 된 김동연 경기도지사만 봐도 나이보단 감각의 문제에 가깝다. 앞서 밈은 대개 순식간 타올랐다 꺼진다고 표현했지만, 용례만 절묘하면 종종 유한성이나 화자에 대한 선입견도 뛰어넘는다. 2014년 탄생해 저변을 넓힌 ‘1도 모르겠다’ 밈도 그중 하나. 10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다른 밈으로 계속 파생되며 일상적으로 쓰는 커뮤니케이션 용어가 됐다.

젊은 세대와 티키타카가 될 정도로 밈을 자유자재로 쓰며 기존 소셜 미디어 행보와 반전된 활동이 화제를 모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천재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애석하게도 밈 세계에선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수년간 다진 밈력으로 공략해 유명 팝 가수가 된 릴 나스 엑스 정도면 모를까. 사실상 밈에는 규격화된 성공 공식이 없다.

쉽고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고 즐거움 등 효용을 충족한다면 형식이나 범위도 자유롭다.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이미지, 영상을 포괄하는 데다 근본 없이 등장해 특정 소비층에 신선하게 꽂혀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수동적으로 문화를 수용하던 과거와 달리 콘텐츠 생산 주도권이 대중에게 간 이상 말이다.

밈은 일종의 살아 있는 생물이다.
사후 분석은 가능해도
사전 예측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매거진 <시사IN> 622호
‘극과 극의 음악 섞고 밈에서 밈 창조’ 중

이 글도 밈을 구구절절 논했다는 점에서 ‘설명이 필요한 드립은 실패한 드립’의 수순을 밟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케터에게 가장 절망적인 피드백은 ‘재미도 감동도 없고’가 아닐까? 동병상련의 마케터로서 “사망 플래그를 세웠대도 관 뚜껑까지 열어 부관참시는 하지 말자”라는 심정으로 글을 발행해본다. 밈계 최상류 수원지는 못 돼도 하수 종말 처리장은 될 순 없으니.

미브 브레인들의 릴레이 탐구 시리즈 <밈> 편

유민
유민
돌고 돌아 덕질로 귀결된다, 콘텐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