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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OTT와 숏폼 콘텐츠에 밀려서 사라질까?

안방이 된 극장


영화관은 사라질까요?


서두부터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최근에 기이한 일을 하나 겪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이른 시간대 혹은 아주 늦은 시간대에 영화를 감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바로 서울 중심부의 국내 1위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요즘 가장 흥행하는 영화를 ‘혼자’ 본 일입니다.

주말 저녁 황금 시간대의 나 홀로 관람이라는 생경함 때문에 한동안 영화 내용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는데요. 코로나19 이후 최근의 영화관 관객 급감 추세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소셜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19세기 말에 등장해 20세기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영화관은 이제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극장을 사랑하는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슬픈 일입니다.

OTT·숏폼 콘텐츠 등의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고, 사람들은 여기에 점점 중독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콘텐츠 다양성이 상실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의 미래는 어두워 보입니다.

스토리와 스펙터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서사)와 스펙터클(시각 예술)의 독특한 조화에 있습니다.

최초의 영화인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5)은 화면을 종으로 가로질러서 마치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오는 듯한 기차의 박진감 넘치는 운동이 내용의 전부입니다. 
영화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1902) 역시 약간의 편집 트릭을 통해 시각적으로 환상적인 내용을 전달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그 기원에서부터 이미 ‘스펙터클’의 운명을 품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D.W. 그리피스의 대표작 ‘국가의 탄생'(1915)은 교차편집과 클로즈업이라는 형식의 발명을 통해 영화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매체라는 사실을 공표했습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사진처럼 실제를 전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고 심상을 일으키게 하는 ‘스토리’ 콘텐츠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영화도 계속 발전합니다. 오즈의 마법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타워즈, 이티,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 아바타까지.

우리가 흔히 영화를 시네마(Cinema)라고 표현할 때는, 이처럼 서사적인 요소와 더불어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웅장하고 유장한 느낌까지를 포함합니다. 그리고 ‘영화관’은 영화를 일차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자 가장 완전무결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우리가 영화를 본다고 했을 때는 보통 극장에서의 관람을 의미하지, 노트북이나 휴대폰에서의 시청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2시간 반 ~ 3시간에 달하는 이런 극장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참을성을 요구하지만, 당시의 관객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거의 불만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런 고통을 상쇄할 만큼의 즐거움을 콘텐츠가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스토리와 스펙터클을 간직한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오랜 유행, 정치·사회·경제적 양극화 및 갈등, 기후 위기와 팬데믹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여유는 없어지고, 생활 속도가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중들은 시간을 들여 긴 호흡의 진지한 내용을 감상하는 것보다, 현실의 속도에 발맞출 수 있거나 현실을 잠깐 잊게 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관의 미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사회적 동물이라는 우리 존재의 특성 때문입니다.


영화관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요? 

사실 영화는 어디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 역시 영화관보다는 TV나 PC로 훨씬 더 많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앞에서 ‘스펙터클’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작은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의 효과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자기 방 침대 위에서 소음과 빛을 모두 차단하고 코 앞에 스마트폰을 갖다 댄 채 영화를 감상해도, 전달되는 감정이나 감동의 크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와 구분되는 극장만의 특장점은 그곳이 ‘대중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같은 화면을 바라보며 비슷한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곧 영화관이라는 장소의 정체성입니다. 우리는 사실상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영화를 수반한 소통을 하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것입니다.

또 현대인은 이미 ‘영화관’이라는 장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도 합니다. 영화 전문가들은 보통 극장을 공동 제의를 행하는 일종의 영적 장소로 비유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나아가서 영화관이 ‘무의식의 상담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쌓인 개인적이고 내밀한 충동, 묵은 정념을 영화관에서 흘려보내고 처리합니다.
이런 장소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팍팍하고 고통스러워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깐의 외면은 있을 수 있어도, 결국 영화관은 그곳을 필요로 하는 대중에 의해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외로움·고독과 같은 감정을 극복하는 종으로 진화하지 않는 이상, 극장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거라고 희망적으로 전망해 봅니다.

규현
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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