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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의 ‘밤낚시’를 보고 떠오른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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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19 시대라고들 한다.
약 2~3년간의 대격변을 겪은 이후 문화계, 엔터계 상황은 그 이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은 천만 영화 5편이 나온 극장업계 역대 최대의 호황기였고, 연간 관객수도 2억 명을 훌쩍 넘기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와 더불어 OTT 산업까지 급부상함으로써 모든 것이 변했다. 판이 엎어졌고 기존 질서가 무너졌다. 이에 따라 모든 업계 관련자가 변화한 상황에 발맞춰, 살아남기 위한 방책을 모색하는 중이다.
극장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은 관객이 찾지 않아서 텅 빈 영화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클라이밍장 신설, 음악 공연, 행사, 스포츠 중계 등)
‘영화 콘텐츠’ 자체도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형식을 취함으로써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재개봉, 기획전, 특정 타겟 맞춤 단독 개봉 등)
그런 면에서 이번에 CGV가 ‘숏폼 형식’의 영화를 개봉시킨 것도 이런 새로운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단 10여 분에 불과한 영상을 거대한 극장 스크린에 건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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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곤 감독의 단편 영화 ‘밤낚시’는 6월 14일에 단 15개 관에서 개봉했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7월 초에 용산 CGV에서 관람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사이트의 주말 저녁 시간대여서 그런지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객석을 채웠다. 다른 영화를 보기 전 혹은 쇼핑몰 나들이 중 잠깐 짬을 내어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예상했던 젊은 관객 이외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입장해서 약간 놀랐다. 이 시점엔 이미 입소문이 어느 정도 나 있는 상태여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CGV도 예상 외의 관객 호응에, 기존 계획과 달리 연장 상영을 결정했다)
개인적인 감상기를 말하자면, 초단편임을 감안해도 러닝타임이 굉장히 짧은 느낌이었다. 더불어 영화의 장르가 미스테리 스릴러이다 보니, 본격적인 내용이 펼쳐지기 전에 극이 급마무리된 느낌이 강했다. 프로덕션 자체도 저예산으로 이뤄져서 그런지, 완성도 있는 연출이라고 볼 수 없는 지점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촬영을 차량 자체 카메라로 하다 보니 그런 허전함, 생화면 같은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기차 홍보성 콘텐츠였음에도 결과적으로 ‘4만 5천 명’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했으니, 기업과 극장의 공동 실험이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단편 영화 ‘밤낚시’ 포스터 (사진 출처=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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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의 잔잔한 영화계에 일어난 이 소소한 파문을 보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제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마케팅 전략의 성공.
현대차는 자사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홍보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떨어지고 있는 소비자의 관심도를 ‘영화’라는 브랜디드 콘텐츠로 만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 자료에서부터 ‘시성비’, ‘스낵무비’ 같은 후킹 용어들을 사용하며 관객 대상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둘째, 기업 간 윈-윈 콜라보레이션.
결국 이 이벤트는 현대자동차(자동차)와 CGV(극장)라는 대기업들의 협력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제품을 팔고 싶은 회사와 사람들을 모으고 싶은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성사된 콜라보레이션인 것이다.
실제로 CGV의 자체 분석 결과를 보면, ‘밤낚시’를 관람하면서 한 편 이상의 다른 영화를 함께 본 관객의 비율은 19%인 것으로 파악됐다. ‘밤낚시’가 미끼가 되어 전체 극장에 파급 효과를 미쳤다는 뜻이다.
셋째, 콘텐츠의 변형.
이제 장편 극영화만 소구되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길고 지루한 영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밤낚시’의 예상 밖 흥행은, 숏폼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디드 콘텐츠도 관객들에게 먹히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음을 말한다. ‘재미’만 있다면 콘텐츠의 형식이나 길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대중의 취향과 기호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숙제 같다.

규현
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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