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매각설, 폐업설 등 많은 구설에 시달렸던 국내 첫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2016년 설립 이후 최초로 월간 흑자(2024년 5월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자본 잠식과 수익성 절벽 상황에 직면한 이후, 2022년 말부터 꾸준히 경영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로 보이는데요. 사실, 경쟁이 치열한 OTT 시장에서 점유율 하위권에 머물고 있던 왓챠 입장에선 이런 소기의 성과가 꽤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강한 해외 플랫폼(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과 국내 대기업(티빙, 웨이브, 쿠팡)의 틈바구니에서 왓챠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그 원인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재무구조 개선: 허리띠 졸라매기
먼저, 가장 전통적이면서 정공법다운 방식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왓챠는 점차적으로 임직원 수를 줄여 왔고(지난해 260여 명에서 현재 80여 명), 주요 자산들(지식재산권, 자회사 지분, 음악 공연장)을 매각해서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서울 강남역 근처의 사무실 규모는 다섯 개 층에서 한 개 층으로 축소했고요.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 편수를 최소화했으며, 다양한 광고 상품 출시와 함께 마케팅 효율화로 연간 마케팅 집행 비용을 90% 이상 축소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에, 결과적으로 회계 장부상의 재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었죠.
마니아층, 영화 애호가 공략: 좁고 깊게 여러 우물 파기
왓챠는 이전부터 콘텐츠의 ‘양’으로 유명했습니다. 콘텐츠 추천 및 평가 플랫폼 왓챠피디아로 태동한 OTT답게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콘텐츠 아카이브를 구축해 왔죠. 여기서 특기할 점은, 단순히 화제작이나 신작만 모은 게 아니라 오래된 고전 영화, 독립 예술영화, 단편 영화, 퀴어 장르, 일본 애니메이션 등 작은 규모의 영상을 주로 수급해 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왓챠의 다양성 콘텐츠들은 다분히 특정 마니아 고객, 영화 애호가 및 시네필이 주요 타깃이죠.

이런 ‘좁고 깊게 여러 우물 파기 전략’은 기존 거대 OTT들이 ‘집중과 선택’에 치중했던 전략과 정반대라서 흥미롭습니다. 또 해당 콘텐츠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수급이 가능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넷플릭스 대비 15배의 영화, 5배의 드라마 수를 보유하게 됐죠.
일종의 박리다매 전술로도 볼 수 있는데, 전문 용어로는 ‘롱테일 전략’(잘 팔리는 소수 상품보다는 많은 제품으로 적은 매출을 계속 내서 전체 수익을 늘리는 전략)에 해당합니다. 왓챠 박태훈 대표도 “나온 지 오래된 영화를 찾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OTT에 롱테일 전략은 효과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죠.
새로운 활로 모색: 하이브리드 전술
또한 왓챠는 TVOD(건별 영상 주문 방식) 서비스인 왓챠 개봉관을 통해서도 수익성 개선에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콘텐츠 개별 구매(TVOD)와 웹툰 개별 구매(PPV) 매출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 상반기에 각각 232%, 411% 급증했죠. 사실 TVOD는 쿠팡플레이, 티빙 같은 타 업체에서도 하고 있는 서비스인데요. 기존 왓챠의 핵심인 롱테일 전략(마니아 공략)에 더한 하이브리드 전술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OTT 최초로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영화관 무비랜드에서 오프라인 왓챠파티 이벤트 ‘왓챠파티@무비랜드’를 정기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기도 합니다. 왓챠파티는 지난 2021년부터 왓챠가 서비스하고 있는 기능으로, 파티당 최대 2만 명까지 참여해 채팅으로 원격 소통하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죠.
취향의 미래
왓챠의 공식 브랜드 미션은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든다’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몇 년간 이어지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왓챠가 계속 버티며 생존할 수 있는 배경에 이 브랜드 미션(메시지)의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의 전 직원과 왓챠를 아끼는 구독자·팬들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모토가 회사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이런 취향 존중 마케팅은 MZ세대 및 요즘 젊은 층이 추구하는 트렌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몰 브랜드 콘텐츠와 디토 소비(소비자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취향·생각을 반영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가 유행하는 현재 흐름에도 부합하죠.
상업성을 메인으로 추구하는 거대 OTT 플랫폼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분명 의미 있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왓챠의 행보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