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는 단 3분으로 40년 전 일본을 끌어왔다
위 문장은 7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뉴진스 하니의 도쿄돔 팬미팅 공연(‘푸른 산호초’) 직캠 영상의 베스트 댓글이다.
최근에 화제를 모았던 하니의 이 퍼포먼스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비단 퍼포먼스의 귀여움, 상큼함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K-POP 걸그룹의 베트남계 호주인 멤버가 유명한 일본 원곡을 부르며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 포인트를 공략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리고, 여기서 맥락(컨텍스트)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우리가 평소 감상하는 예술 작품, 영상 콘텐츠의 해석 층위에는 크게 세 단계가 있다.
(1) 텍스트(Text): 텍스트 혹은 메인텍스트란 쉽게 말해서 작품의 표면과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주제·내용을 말한다. 즉, 해석해야 하는 일반 대상이다.
(2) 서브텍스트(Subtext): 밑에 깔려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작품의 함의다. 캐릭터의 내밀한 감정이라든지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 같은 연출자의 의도가 서브텍스트에 담겨져 있다.
(3) 컨텍스트(Context): 번역하면 맥락·문맥. 콘텐츠가 그를 이루고 있는 사회와 맺고 있는 상호 연관성, 시대정신을 말한다. 더 거시적인 범위의 서브텍스트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세 개의 층위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 맞물려야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진정한 걸작이 탄생하게 된다. 시대를 초월해서 살아남는 예술은 모두 각자의 적절한 컨텍스트를 품고 있다.
그럼, 2024년 상반기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컨텍스트의 중요성을 환기해 보겠다.
공포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8위에 오른 <파묘>는 무속 호러 장르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분명한 항일 스탠스를 통해 확고한 컨텍스트를 구축했다. 아직까지도 청산되지 않고 있는 일재의 잔재와 이에 더욱 기름을 붓는 현 정부의 행태에 대한 대중의 누적된 분노 지점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역시 천만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한 <범죄도시 4>는 시리즈 내내 이어지는 반-슈퍼히어로 주인공의 시원한 펀치를 통한 사적복수의 쾌감이 그 요체다. 작품의 완성도 및 디테일과는 별개로 제대로 된 정의가 구현되지 못하는 세상, 범죄와 나쁜놈들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불만 지점을 잘 간파한 것이다.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외화(실사·애니메이션 포함)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중인 <인사이드 아웃 2> 역시 시대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영화는 나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이 아수라장 같고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에 대한 일종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하게 인간의 감정에 대해 정의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청소년과 성인 관객들에게)
그렇다면 뉴진스와 하니는 어떤 ‘맥락’을 건드렸기에 그렇게 큰 화제를 모았을까. 그 이유로 대부분의 평자들은 ‘푸른 산호초’라는 노래의 탄생 시점과 배경에 대해서 거론한다. 이 곡은 아직 버블 경제에 진입하기 전이었던 1980년대 일본의 태평성대, 경제 호황기를 상징하며 많은 사람이 하니의 무대를 통해 그 시대를 다시 추억할 수 있었다는 것. 거기에 일본의 원조 아이돌이자 국민 가수인 마츠다 세이코의 외적인 모습과 분위기까지 완벽히 커버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큰 향수에 빠지게 했다는 것도.
최근 있었던 뉴진스 관련 일련의 떠들썩한 뉴스를 한 방에 잠재우는 이런 훌륭한 콘텐츠 기획은 ‘맥락을 이해해야 대중을 사로잡는다’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뜻인지 새삼 다시 일깨워준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스스로를 정의내리고 싶은 나도,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한 최선의 사회적 맥락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자고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