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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미혼 남성이 나 홀로 극장에서 본 ‘사랑의 하츄핑’

티니핑 시리즈: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아이콘
TV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는 2020년 KBS에서 처음 방영된 이래, 주로 4-7세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급속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가 흩어진 티니핑 요정들을 모아가는 이야기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핑’ 캐릭터들이 관람 포인트. 각기 다른 감정을 상징하는 티니핑 캐릭터는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설정으로 아동 팬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단순히 아이들의 영역에 머무른 것만이 아니라, 성인들 사이에서도 밈으로 소비되며 인터넷상에선 ‘파산핑’, ‘등골핑’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의 이러한 인기는 결국 ‘사랑의 하츄핑‘이라는 극장판 영화의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영화 사랑의 하츄핑 신드롬
영화는 티니핑 시리즈의 프리퀄로, 하츄핑과 로미 공주의 운명적인 만남을 다룬다. 지난 8월 개봉 후 4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덕택에 팝업스토어도 문전성시를 이뤘고, 인형·피규어·스티커 등 관련 굿즈 판매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성인도 겨냥한 마케팅으로 흥행 성공
콘텐츠 자체의 힘(“아무런 조건 없이도 누군가가 무작정 좋았던 순수한 감정(첫사랑)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으로 봤다” – 제작사 대표 김수훈)도 분명 있었겠지만, 흥행 성공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성인 관객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꼽힌다.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2030 세대를 포섭하려는 전략을 쓴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걸그룹 애스파의 윈터가 부른 OST(‘너를 본 순간’)가 있는데, 이를 통해 아이돌 팬덤과 대중의 관심을 끌어냈다. 또한 소셜미디어상의 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인층에게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다.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도 흥행에 일조했는데, 가족이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관이 운영됐고 실물 하츄핑 캐릭터가 무대인사를 도는 행사도 진행됐다. 이는 재관람을 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

상술에 낚여버린 수집 욕구
하지만 늘 그렇듯 이런 상업적 성공 뒤에는 어두운 뒷면도 있는 법.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티니핑 신드롬이 ‘교묘한 마케팅의 승리’라고 본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티니핑과 하츄핑은 애초부터 캐릭터 상품 판매를 염두에 둔 콘텐츠였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인형 판매를 목적으로 애초부터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했던 ‘파산핑’, ‘등골핑’이라는 멸칭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다.
티니핑 캐릭터는 총 100종이 넘는데, 이 중 몇몇 인기 캐릭터는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이런 업자들의 ‘기술’은 소비자들(특히 어린 소비자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고스란히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여기에는 티니핑 인형을 사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일종의 잔인한 심리적 압박까지 내포돼 있다. 그 와중에 이야기가 ‘더 많은 굿즈를 팔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면서, 영화 예술의 순수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씁쓸했던 관람
그렇다면 30대 남성인 나는 왜 주말 아침에 집 근처 영화관으로 가서 이 영화를 봤을까? 기대보다는 호기심에서 이뤄진 선택이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오랜만에 국산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는지 궁금했던 것. 예상대로 극장 안엔 가족 단위 관객들이 꽤 들어차 있었고 영화는 그 자체로 무난했다. 뮤지컬 시퀀스나 특수효과가 들어가는 장면들의 완성도는 훌륭했고 의외로 울림이 있는 순간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그런 좋은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극장 문을 나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비자의 지갑을 탈탈 털어내려는 상술로 가득 찬 공산품이라는 것을. 하츄핑이 아무리 귀엽고, 플롯이 아무리 감동적이어도 그 안에 숨겨진 제작진의 본심, 상업적 목적이 너무도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마치 ‘우리는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화면 한 귀퉁이에 써 놓기라도 한 것처럼.

영화라는 콘텐츠가 순수함을 잃어도 될까?
‘사랑의 하츄핑’은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아이들의 순진한 마음을 이용해 부모의 지갑을 겨냥하는 이 기술은, 윤리적으로 비난할 순 있지만 처벌할 순 없는 일종의 불편한 진실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건 상업적 이익을 위해 영화라는 예술을 이용한 한 편의 거대한 ‘감정 사기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영화라는 매체가 꼭 예술 일변도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밀’하고 ‘치밀’해야 하는 건 맞다. 픽사와 디즈니의 숱한 명작들도 결국 최우선 목적은 티켓 판매(이윤 창출)였지만, 콘텐츠가 가진 깊고 풍부한 의미와 완벽한 스토리텔링으로 어른의 상술이라는 은밀한 진실을 충분히 덮고도 남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즉, 포장이긴 하지만 나름의 미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목적과 수단이 비교적 일치하는, ‘순수함’을 조금은 간직한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가 차후에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본 칼럼은 티니핑 팬인 다른 미디어브레인 직원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규현
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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