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희석식 소주로 술을 배운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소주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소주는 밥 나오기 전 마시는 식전주이며, 밥에 곁들이는 반주이며, 식사가 끝난 후 마시는 식후주 혹은 디저트이기도 하니까요. 용감한 사람들은 서양 요리에도 거침없이 소주를 찾습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음식에 따른 경계가 없는 술이 바로 소주죠.
위스키는 어떻습니까? ‘스카치 위스키의 진가’라는 부제를 붙인 <맛의 달인> 70권에서 “어떤 위스키가 식전에 좋은지 말해봐라.”라는 우미하라의 질문에 지로는 답을 하지 못합니다. 위스키를 식전에 마셔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위스키는 식전에 마시지 않는 술’이라는 선입견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방문하며 위스키에 대한 식견을 넓힌 지로는 “어느 위스키든 다 어울린다.”라는 결론을 냅니다.
‘진짜?’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 시도해봄 직합니다. 숙취에 절은 아침에 라면 한 그릇과 함께 한 옥토모어, 겁도 없이 낮술로 시작했던 글렌피딕, 위스키 모임에 초대받아 식전부터 글렌모렌지를 마신 경험을 토대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는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심지어 소주보다 더.
어떤 음식과 함께할까?
위스키를 마실 때 어떤 안주를 곁들이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저 쿨하게 답합니다. “주는 거 먹어요.” 바가 늘어나면서 바에서 제공하는 기본 안주도 다양해졌으나 그 중 무엇도 위스키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좋은 음식이 있을 때, 좋은 음식을 고를 수 있을 때라면, 조금 신중해집니다. 어떤 위스키와 어떤 음식을 골라야 최고의 미식을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죠.
스테이크를 먹는 날엔 주저 없이 피트 위스키를 고릅니다. 터프하고 강렬한 아드벡으로. 스테이크와 위스키는 아무렇게나 먹어도 좋은 조합입니다. (가락동 ‘윤익‘의 스테이크를 추천합니다만, 위스키는 BYOB 해야 할 것 같네요.) 초콜릿과 위스키도 좋습니다. 쓰고도 달콤한 초콜릿의 야누스를 말끔하고 부드러운 라가불린의 야누스가 끌어안습니다. 경복궁역 ‘쇼콜라디제이’의 파베가 제격이죠. 짭조름하고 고소한 파스타엔 라프로익이나 탈리스커입니다. 거칠고 강한 향을 솔티한 파스타가 톡톡 끊어 속으로 넘겨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홍대 ‘팩토리’의 새우크림펜네만큼 안주로 잘 어울리는 파스타를 보지 못했습니다.
‘미디어브레인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나?’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위스키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어떤 클라이언트한테도 어울리는 에이전시. 클라이언트 비즈니스의 가치와 고객 커뮤커뮤니케이션을 함께 쌓아가는 에이전시. 그런 에이전시를 만들기 위해 17년간 숙성해왔습니다.
17년,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만큼 더 성숙하고 우아한 에이전시로 성장했음을 최근 하나씩 확인하고 있습니다. 소셜 에이전시로는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미디어브레인이 소셜은 물론 디지털 플랫폼과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종합 디지털 에이전시로서 어떤 향과 맛을 낼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