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브레인

메타버스 입성기 : 콘텐츠 기획자가 제페토 월드를 만들기까지

제페토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자. 오래전, 정말 초창기에 “어, 이런 앱이 나왔네” 반사적으로 설치하고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서비스였다. 그 이후 언제나 다음, 다음을 찾는 업계의 관행대로 ‘그다음’으로 지목된 메타버스가 트렌드가 되었고, 그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제페토가 지목됐다.

그 이후에 다시 들어가 본 제페토는 정말 별천지. 별천지라는 표현이 딱 적당했다.

“와, 이게 이렇게 흥하는구나”

비슷한 것을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서비스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활성화된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바타를 꾸미는 것은 싸이월드, 맵 혹은 월드를 만들고 배포하는 것은 마인 크래프트와 로블록스, 실제 사용자가 크리에이터가 되어 돈을 버는 구조는 로블록스가 흥하게 된 구조와 동일하며 초기 유튜브 창작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한 이유와 일치한다. 포트나이트에서 트래비스 스콧과 아리아나 그란데가 가상 콘서트를 벌인 것처럼 제페토에서는 블랙핑크가 가상 사인회를 한다. 틱톡에 숏폼 영상을 올리듯이 아바타로 최신 유행 춤을 추는 숏폼 영상을 올리고, 웹툰을 소비하듯 아바타 드라마 창작물을 소비한다.

사람들이 모였으니, 기업과 브랜드도 모이게 됐다. 제페토에서는 광고가 ‘월드’이고 ‘아이템’이다. 고객에게 브랜드가 하나의 스토리 콘텐츠로 노출이 되었고, 이는 흔히 이야기하는 쌍방향 경험을 주는 계기가 됐다. 다른 소셜 플랫폼과 확연한 차별점을 만들었고, 브랜드는 미래의 고객층을 잡는다며 제페토로 몰려들었다.

“우리도 메타버스 사무실을 만들어보면 어때요?”

미디어브레인의 누군가 이야기했다. 메타버스 사무실이라고 하면, 사실 이름이 거창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이미 익숙한 화상 채팅 서비스에 게임 같은 온라인 공간이 붙어있는 모양새다. 그렇게 두나무에서 만든 세컨블록(2ndblock)을, 슈퍼캣과 네이버 제트가 만든 젭(Zep)을 테스트했다. 두 서비스 모두 2D 기반 메타버스. 자연스럽게 3D 메타버스인 제페토도 사무실 테스트 플랫폼으로 거론됐다.

“제페토 빌드잇이 있으니까, 제가 만들어보겠습니다.”

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만들기 시작했다. 업무 중 틈나는 대로. 먼저 제페토 앱을 켜고 여러 월드를 접속했다. 월드의 컨셉, 맵의 디테일이나 구성을 살펴봤다. 유니티 기반 가상 공간. 빌드잇이라는 제작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진입장벽은 있었다. 가만히 보다가 든 생각은 이랬다.

“이거 돈 되긴 하겠다.”

실제로 제페토뿐만 아니라 게더타운 맵을 기획하고 만들어 준다는 대행사가 우후죽순 나왔다. 그만큼 메타버스가 핫하고, 제작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말이겠지. 지금 미디어브레인 사무실을 만들려고 하는 나처럼 말이다.

“근데 어떻게 만들지?”

신규 월드를 보니, 비교적 쉽게 쉽게 만든 월드들도 있었다. 유니티 툴에 대한 이해가 하나도 없는 기획자로서… 만인의 인터넷 선생, 유튜브부터 찾아봤다. 역시나 ‘제페토 빌드잇으로 월드 만들기’ 강의가 많이 있었고,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보면서 기초를 쌓았다.

어떤 건물을 만들어야겠다고 레퍼런스를 찾았다. 그다음 빌드잇에 접속해 첫 월드를 생성했다. 바닥부터 건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기까지 한참 걸렸지만 그럴듯한 터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았다. 잊고 있었다. 나는 굉장한 공간치였다. 과감하게 스톱했다. 안 되겠다. 템플릿을 활용하자.

제페토는 아주 친절하게 월드 템플릿을 제공한다. 그중에 ‘카페’ 형태의 템플릿을 선택했다. 이미 디테일한 부분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덧대거나 수정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언발란스한 형태로 지붕을 올렸고, 횅한 실내에는 책상과 컴퓨터를 놓았다. 주차장에는 기존 자동차 외에 우주선을 추가했다. 사무실 앞 해변에는 선베드를 두고 바다에 요트가 다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회사명을 건물 외벽에서 잘 보이도록 설치했다. 강조 효과로 스팟라이트도 설치했다.

만들다 보니, “아, 이래서 메타버스로 오는구나” 싶었다. 해변에 건물을 올리는 데 아무런 돈이 들지 않는다. 우주선을 주차장에 두고 요트를 둔다.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온라인에서 가능케 하는 것. 그게 메타버스로 몰려드는 이유이고, 그 안에서 현실의 이상을 실현하는 셈이다. 어쩌면 끝없는 개발에 집착하는 인류가 그다음 개발지로 지구 너머 화성을 꿈꾸듯 디지털 공간마저 개발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미디어브레인 사무실은 아직 오픈 전이다. 마지막 단계인 심사가 남았다. 기업의 뉘앙스가 월드에 들어가는 순간, 심사는 깐깐해진다고 들었다. 심사 기간은 최소 2주. 친절하게 월드 제작을 넘어 제페토 공식 콜라보를 하고 싶다면 연락 달라고 Q&A에 적어뒀다. 미디어브레인은 제페토 멀티 개척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개척은 못 해도 그다음 스텝은 이미 정해졌다. 미디어브레인 공식 N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