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브레인의 전통(?)이라면 전통이 있으니, 바로 트래픽 보고입니다. 매일 출근 직후 클라이언트의 모든 온라인 채널 트래픽을 확인하고, 보고서로 만들어 사내 전체에 메일을 발송하는데요. 보통 사원급 직원이 한 달씩 돌아가며 합니다. 전체 업무를 파악하고, 채널별 통계를 확인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죠! 트래픽 보고는 2014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7년이나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전통이라고 부를 만하죠?

그날도 저는 어김없이 트래픽 보고서를 작성 중이었습니다. 별다른 것 없는 오전이었죠. 팀장님이 딴지를 걸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 여~ 트래픽 보고 잘 돼가? 근데 말이야... 여기서 이 지표는 왜 필요한 거야? 🙄 : 에..? 🙋♂️ :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건 A인데, 여기는 왜 B를 기록해? 😬 : 글쎄요...? 🙋♂️ : 이 열에는 C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왜 D 측정값을 넣어? 🥲 : 그러게요... 🙋♂️ : 여기는 평균이고, 이건 합계잖아. 왜 더하는거야? 🤔 : 음...
방어전은 처참히 실패!! 어떤 일을 오래 하면 내가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이 나를 끌고 가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트래픽 보고가 약간 그랬습니다. 처음엔 분명 호기롭게 시작했던 것 같은데,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니 도전정신은 국 끓여 먹은 거죠.
등잔 밑이 어둡다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정말 괜찮은 보고서인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기존 트래픽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봤는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점이 보이더라고요.

- 자료 축적하기에는 좋은 양식이지만, 중요한 내용을 한눈에 보기 어려움
- 모든 채널의 트래픽 총합, 평균값처럼 존재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지표들이 있음
- 같은 채널이어도 클라이언트마다 KPI에 포함하는 성과 지표가 다르지만, 보고서에 반영되어 있지 않음
전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저는 스스로 불러온 재ㅇ.. 아니 개편행 급행열차에 올라탑니다. 하지만 꽤 유의미한 작업이었어요. 보고서 작성법은 주니어가 반드시 배워야 하는 스킬이니까요. 이번 일을 잘 마무리 하고 나면 ‘내가 막내 때는 회사 전체에 뿌리는 보고서도 고쳐봤다!’며 큰소리를 떵떵 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트래픽 보고서 개편에 있어서 핵심 과제로 생각했던 건 아래 세 가지입니다. 핵심 과제별 세부 목적도 세웠습니다.
- 보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가? → 보고서 양식 및 디자인 개편 (v1.0)
- 유용한가? → 월별 데이터 비교 시트 추가 (v1.1)
- KPI 측정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가? → KPI 대비 달성도 측정 섹션 추가 (v1.2)
마케팅 대행사에게 트래픽 관리는 매일 해야 하는 필수 업무입니다. 개편 때문에 트래픽 보고를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했는데요. 핵심 과제별 세부 목적이 있어서 업무가 늘어지지 않고, 핵심 과제 달성 여부를 조금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트래픽 보고서의 등장

v1.0 보고서를 완성하기까지 2~3주 정도 걸렸습니다. 기존에는 채널별로 표를 따로 만들고, 표 여러 개를 사진으로 찍어 메일 본문에 붙여넣었는데요. 표 너비도 들쭉날쭉하고, 만드는 사람도 번거로웠습니다.
새로운 보고서에는 가능한 하나의 표에 모든 채널의 데이터를 담으려고 노력했고, 클라이언트별로 셀 색상을 다르게 넣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클라이언트마다 KPI 측정에 사용하는 지표가 다를 수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예로 들면, A 클라이언트는 조회 수를, B 클라이언트는 순방문자 수를 KPI로 성과 지표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 보고서에서는 각 수치가 어떤 걸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하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었는데요. 개편 시 데이터 기준을 명확히 표기해 개선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전 트래픽 보고서는 95%쯤 핸드메이드였습니다. 각 클라이언트의 데이터를 시트마다 따로 입력하고, 한 눈에 보기 편하게 보고일에 맞는 수치만 별도 표를 만들었습니다.
‘AI가 보일러도 대신 켜고 꺼주는 시대에 이런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엑셀 함수라곤 SUM밖에 모르는 인간이 전데요..?🤷♀️ 근데 나한텐 뭐가 있다? 광고깎는노인 팀장이 있다! 그래서 이번엔 광고 믹스 대신 함수 좀 짜보시라고 했습니다.
하루 정도 지나고 나니 최첨단 보고서가 되어있었어요. 채널별로 일간 데이터를 기입하면, 일간 보고용 시트가 자동으로 완성되도록 했습니다. 팀장님이 식은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함수를 세 줄씩이나 쓴 보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함수 걸린 셀 하나하나 열어보며 배우는 재미가 있었고요.

v1.1 보고서에서는 월별 데이터, 클라이언트별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도록 살을 붙였습니다. 기존에는 일일 트래픽 보고만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기존 보고서의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월간 보고를 위한 시트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월간 보고 표는 일일 트래픽 보고 표와 마찬가지로 함수를 사용해 자동화했습니다. 채널별 시트에도 클라이언트별로 월간 평균·총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표를 추가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KPI 대비 달성도 측정 섹션을 추가한 v1.2 보고서 업데이트도 진행 중입니다. 여러 가지 변수로 쉽지는 않지만 계속하겠습니다. 보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편한 보고서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질 수는 없는 법이죠. 아직 트래픽 보고서 진짜진짜최종.numbers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유용하게 쓰고 있다는 소리가 종종 들려와서 기부니가 좋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건 천재나 사회 운동가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귀찮은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일단 하고 나면 왠지 내가 달라 보입니다. 실제로 달라졌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누구나 100% 만족할 만한 결과물은 없지만, 100%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건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긴다고 믿습니다. 미디어브레인이 오랫동안 꾸준히 함께 성장할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읽다 보니 이거 딱 내 소리라고요? 열자마자 감탄사 난무하는 보고서를 만들어보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너 미브의 동료가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