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브레인

콘텐츠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콘텐츠는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입니다

“엠제트 세대가 콘텐츠를 소비할 때는…” 강사의 목소리에 힘이 있습니다. 하긴 요즘 동영상 강사 치고 목소리에 자신 없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나는 젊을 때 저런 화술을 왜 배워두지 못한 것일까. 부럽습니다. 솔직히 저더러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은 몇 번 받았는데 목소리는 물론 외모에 자신없는 데다가 글은 좀 써도 말은 영 못하는 처지라서 사양하고 말았습니다.

난데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한다.” 라고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생경한 말이어서 뭔가 멋있어 보이는지, 아니면 학술 분야에서 사용하는 말인지 저는 잘 모르겠으나 원래 콘텐츠는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입니다.

뭔 뻘소리냐 싶겠지만, 이런 겁니다. 소비는 써서 없앤다는 뜻이지요. 필요든 욕망이든 소비의 대상은 쓰고 나면 사라집니다. 물론 소모하는 소비와 생산하는 소비는 좀 다르겠지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또 다른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데 쓰는 소비라면 달리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콘텐츠는 남습니다. 이건 나만 봐야지, 하고 싹 지워버릴 능력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그래서 콘텐츠는 소비할 수 없습니다. 내가 쓰고 나서도 콘텐츠는 사라지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콘텐츠는 소비할 수 없고 써야 합니다.

기왕 쓰는 거라면 사용보다는 이용이 좋겠습니다. 사용은 그냥 쓰는 거고 이용은 이롭게 쓰는 거니까요. 저는 User를 번역한 사용자라는 말보다 이용자라는 말을 씁니다. 제가 쓰는 콘텐츠가 어떤 한 사람에게라도 이롭게 쓰이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사랑도 몇 번 쓰면 없어지는 세상에, 스냅챗 같은 일회성 콘텐츠들이 더 많이 나올 법도 합니다. 누구 한 사람에게만 전달되고 소유되는 콘텐츠가 있다면 그때는 소비한다는 말을 써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는 여럿이 함께 이용할 때 그 가치를 드러냅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고 남아 역사로 남습니다. 그것이 콘텐츠의 힘이며, 우리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 마디 더 보태자면 가짜 콘텐츠를 더욱 더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가짜 콘텐츠 역시 똑같은 힘을 갖기 때문입니다.

Ray
Ray
미디어브레인 김형덕 부사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