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브레인

페르소나

디지털 채널과 페르소나

디지털 채널을 운영할 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실행할 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이 있는데, 바로 페르소나다. 개인과 달리 기업은 채널을 운영하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친근하게 전달하는 통일된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데, 대개 익명의 기업 홍보 담당자(팀)를 설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딱히 그렇게 하겠다고 정한 것도 아니고, 콘텐츠 자체가 홍보성이 강하므로 자연스레 홍보 담당자라는 페르소나를 갖고 만다.

페르소나는 가상의 화자, 인물, 고객 등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고객은 타깃 오디언스 같은 표현을 쓰고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페르소나는 온전히 소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운영자, 대변인, 기자나 앵커 같은 콘셉트를 말하겠다. 억지로 말을 만든다면 디지털 인격 정도겠다. 여기까지 쓰기만 해도 벌써 페르소나의 역할은 분명해진 것 같다. 운영자, 대변인, 앵커, 홍보 담당자인 셈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 채널 혹은 디지털 채널을 운영하는 목적으로 “고객과 소통하겠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 기업은 채널에 누군가 댓글 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채널을 운영하는 담당자나 부서는 일단 겁이 난다. 혹시 모를 부정댓글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미 화가 나서 부정댓글을 쓴 고객을 댓글로 달랠 방법은 없다. 아니면 다른 부서의 힘을 빌어야 하는데(고객지원과 같은), 그것 역시 일이 늘어나는 것이니 어느 누구도 좋아할 리 없다. 물론 고객의 댓글 하나에도 정성스레 응대하는 기업, 대행사도 있다. 그분들에게 박수를.

자, 그럼 이런 질문이 나오겠다. “댓글만이 소통이냐?” 물론 아니다. 직접 부딪히는 활동이 댓글이므로 예로 들었을 뿐, 채널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와 이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실행하는 이벤트, 광고, 콘텐츠 확산 같은 모든 행위가 소통하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콘텐츠의 목적도 중요하고 이 콘텐츠를 전할 페르소나도 중요하다.

서둘러 결론부터 내리면 페르소나는 구체적이어야 좋다. 실명을 걸고 지방자치단체 페이스북을 운영한 분들, 닉네임이지만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고 대외 활동도 같이 하는 기업 채널 담당자, 직접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C레벨 임원들(물론 기업을 대표하는 유명인의 채널일 뿐이지만), 누군가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 인기가 있는 기업, 단체 채널의 운영자는 실제 인물이다. 그런데 꼭 실제 인물이어야만 하는가? AI로 무장한 버추얼 퍼슨은 어떤가? 공통점이 있다. 실물이든 아니든 관계자나 관련자가 아니라 ‘누구’라는 캐릭터가 있다.

하지만 구체성을 갖기 어려운 이유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을 밝혀야 하는데 대한 부담감, 책임감 거기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같은 부작용 때문이겠다. 그런데 뭐, 이런 것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거나 버추얼 퍼슨, 캐릭터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캐릭터를 활용해 이런 어려움을 피하고 있다. 구체적인 개인이 아니라 가상의 구체적 개인이어도, 그냥 익명의 제3자 멘션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라고 감히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익명으로도 성공한 콘텐츠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

어쨌든 이 글은 페르소나가 중요하다, 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그럼 페르소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풀어보자. 질문은 세 개면 충분하겠다. 우리가 전달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전달할 대상은 누구인가? 우리는 우리 채널이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 아, 한 가지 더 있다. 마지막으로. 이 페르소나의 이름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페르소나의 이름은 왜 필요하냐고? 천하의 그 어떤 설명보다 이 시를 한 줄 빌어야겠다. 시인 안도현은 개나 소나 시를 빌려다 쓰는 바람에 시인이 욕본다, 고 한탄하셨으나. (죄송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전달할 것, 타깃, 보이고 싶은 이미지. 이 세 가지를 정했다면 스타일을 골라 보자. 회사의 정책을 쉽고 편리하게 풀어서 전달하는 형태라면 앵커 스타일을 고려해 보시라. 앵커라고 꼭 넥타이 매고 마이크 앞에 앉아 말하는 사람은 아닐 테니. 아니면 요즘 잘 나가는 기상 캐스터 스타일도 좋겠다. 어쩐지 앵커 스타일보다는 조금 더 통통튀겠다. 스포츠 쇼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어떤가? 한국 브이리그 방송에 출연하는 아나운서 분들의 스타일도 꽤 좋겠다. 소비재 제품이라면 친구 같은 톤, 약간의 반 존대를 쓰는 것도 좋겠다. 트위터에 이런 채널들이 많다.

당신의 페르소나는 무엇입니까

스타일을 정했다면 이들의 말투와 방식을 한 번 따라 보자. 그런데 여기까지는 쉽다. 이제부터가 어렵지. 이 다음은 순전히 콘텐츠를 쓰는 사람에게 달렸다. 유머를 가볍게 섞거나, 꼭 전달하고 싶은 부분을 구어체로 강조하거나, 페르소나에 얼마나 몰입해서 쓸 것인가에 따라 페르소나가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어, 이건 OO회사 말투네! 이런 것들을 담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이도 저도 아니면서 막연히 나이는 몇 살쯤이고 어쩌고… 이런 페르소나로 대충 한 번 해 보자 했다가는 반드시 실패한다. 그러니 페르소나를 만들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그렇게 풀어낼 능력이 있는 에디터를 확보해야 한다.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 GPT4에 이르면 특정한 사람의 글체를 훈련시킬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은 아니고 그렇게 훈련시킬 시간도 없다.

그럴듯하게 글은 썼으나 세상에 진리는 매우 다양한 법이다. 이것 말고도 방법은 많다. 하지만 이랬거나 저랬거나, 무엇보다도 지금 가장 필요한 존재가 페르소나에 몰입해서 글을 써줄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참고로 요즘 구글신을 능가하는 ChatGPT 선생께서는 페르소나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다. 나는 챗GPT가 당장 사람을 대처하지 않을 거라고 믿지만 겁이 나는 건 사실이다.

Q> 디지털 채널에서 persona는 무엇입니까?

A> Persona는 디지털 채널에서 사용자를 대표하는 인물 또는 캐릭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persona는 사용자의 대상 층, 성향, 관심사 등을 반영하여 만들어지며,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과 같은 채널에서 사용자를 적절하게 이해하고 이를 고려하여 전달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Ray
Ray
미디어브레인 김형덕 부사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