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옵니다. MZ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제목에는 최신 유행어를 쓰고 본문은 운율을 담고 이미지는 눈길을 끄는 패턴으로 골랐죠. 그럴듯한 콘텐츠가 태어났습니다. 내부 컨펌도 끝났고, 이제 클라이언트 컨펌만 받으면 됩니다.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안 빠질 거야. 자신 있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웬걸, 반응이 기대 이하입니다. “이게 뭐예요?” 이러면 끝입니다. 설득이고 뭐고 필요 없죠. 그냥 다시 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의 반응 하나로 팀의 분위기는 쑥대밭이 됩니다. 팀장은 짜증을 냈고 최종 컨펌하면서 “좋았어.”라고 했던 부사장은 ‘내가 그럴 거 같았다니까?’라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좀 전까지 넘쳐났던 웃음과 자신감은 어디로 간 걸까요.
지금까지 없었던, 눈길을 확 끄는, 격이 따른, 메가 히트할 것 같은 콘텐츠를 쫓다 보면 누구나 이런 경험 한 번쯤 하게 됩니다. 미디어브레인은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니까 클라이언트 컨펌을 받아야 하지만, 대행사가 아니더라도 최종 결정권자에게 ‘빠꾸’를 당하고 나면 갑자기 멍해집니다. 자신 있었던 것 만큼 허탈과 실망도 크죠. 욕도 나옵니다. 근데 뭐 어때요. 이럴 때 한 번 하는 거죠. AC… 후레지아 꽃 같은…
어쩌면 기획이 틀렸을 수도 있고, 중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미친 듯이 확장하는 순간에, 누가 기획을 의심하고 언제 커뮤니케이션하냐고요. 그러나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는 정해졌습니다. 다시 해야 하죠. 이런 건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실수는 기획을 의심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커뮤니케이션을 빼먹은 것도 아닙니다. 아마도 소재를 구성하는 데 집중하느라 원래 하려던 방향을 잃어버린 것일 테죠. 틀에 박힌 말로 하자면, ‘원래 하려던 목표를 잊은 것’입니다. 어쩌면 목표 자체를 설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아, 정말 고리타분한 얘기를 해야 하겠네요. 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또 다른 기술은 바로 목표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목적이라고 쓰지 않고 목표라고 쓴 건, 콘텐츠의 목표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콘텐츠를 읽는 고객이 딱 한 번만 따라 해봤으면 좋겠어, 운전자들이 이 기능 딱 한 번만 써봤으면 좋겠어, 주부들이 이 상품 살까 흔들렸으면 좋겠어.
이런 목표들은 단순하지만 사소하지는 않습니다. 한 번 따라 한 고객은 다음에 또 따라 할 가능성이 있고 기능을 써본 운전자들은 다른 기능도 써보려 하겠지요. 사고 싶어 마음에 두었던 브랜드라면 언젠간 살 겁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들 땐 단순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하는 겁니다.
속도가 중요한데 목표 따위 있으면 어때요. “이 산이 아닌 개벼.” 하고서는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다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시간도 까먹어 버렸죠.
콘텐츠를 만들 땐 목표가 있어야 하고 콘텐츠를 만들 때까지 목표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길로 샜더라도 얼른 돌아올 수 있어요. 뭐 하나 마나 한 얘기 아닌가,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어요. 맞아요. 그러나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법이기도 하죠. 자, 지금 여러분이 만드는 콘텐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참고로 이 콘텐츠의 목표는 컨펌받느라 스트레스받는 우리 다 같이 시원하게 투덜대자는 것이었어요. (표현은 이래도 뭔지 아시겠죠?) 어떻게, 시원하게 투덜대셨습니까.
좋은 콘텐츠, 그리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담은 시리즈입니다. 크리에이터의 자질과 마인드셋이 궁금하시다면 이 시리즈를 추천해요!😊
•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 납기를 지키는 게 왜 크리에이터의 의무일까?
•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당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