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크리에이터’ 라는 말이 생기기 이전에는 혼자서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이 많았죠. 작가, 화가 그리고 여러 예술가의 콘텐츠는 대개 홀로 시간을 보내며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영화처럼 혼자 만드는 것이 원래 불가능한 콘텐츠도 있죠. (아, 1인 영화도 있긴 하군요!)
그러나 콘텐츠의 세상이 우주처럼 넓어지면서 이제 콘텐츠를 혼자 생산하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작가와 디자이너, 심지어 개발자나 퍼블리셔가 함께 일하게 됐고, 기획·촬영·편집 등 다양한 업무를 함께 해야 하죠. 기획과 섭외를 담당하는 조직,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조직, 콘텐츠를 아름답게 가공하는 조직, 콘텐츠를 확산하는 조직, 예산을 세우고 비용을 관리하는 조직… 콘텐츠의 규모에 따라 같이 일하는 사람의 수도 늘어납니다. 맞아요,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처럼 혼자서 일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었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만큼은 혼자서 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이 모든 휴먼 리소스의 중심에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꼭 필요한 기술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야말로 요즘 시대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그러면 또다시 질문입니다. 도대체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입니까? 미팅을 잘하는 방법입니까?
뭐, 그것도 포함되겠죠. 발표를 잘하고, 설득하고, 이해하고, 열정을 집어넣고… 다 좋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배려를 말하고 싶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인생을 사는 기술도 아니고 뜬금없이 배려라니? 하지만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하는 분은 이해하실 겁니다. (뭐, 배려가 인생을 사는 기술임은 틀림없긴 하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각자의 전문성을 합하는 과정과 결과입니다. 여럿이 만든다는 것이 나의 전문성을 빛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섞는 과정이지요. 그래서 이 과정에서는 모두가 전문가이고 모두가 크리에이터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전문성을 고집할 때 콘텐츠의 완성도는 떨어집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이들의 전문성을 가장 적절하게 이루어내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고 거기에 배려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미디어브레인은 디지털 에이전시니까 사실 더욱 배려가 필요한 조직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지요. 지금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갑자기 방향을 바꿔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지금 맡은 팀이 감당할 수 없어서 다른 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죠. 두 팀은 같이 일해 본 적도 없고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언어가 서로 다르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새로 업무를 요청 받은 팀의 리더는 이 업무를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업무를 요청한 팀은 기다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당장 다음 날까지 새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럴 경우에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업무를 요청한 팀의 리더는 클라이언트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24시간을 벌었죠. (시간을 벌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으렵니다. 부끄럽게도 이전 글에서…) 업무를 요청받은 팀에 달려가 업무를 직접 말로 설명했습니다. 업무를 요청받은 팀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업무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서둘렀습니다. ‘왜 이걸 우리가 해?’ 같은 불만이 나올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고 직급·경력 같은 걸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무사히 순항 중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다 밝힐 수 없는 처지를 이해해주세요)
배려에는 ‘마음을 들인다’는 뜻이 있습니다. ‘콘텐츠 중에 내가 맡은 부분만 하면 되지 콘텐츠의 완성은 내 책임이 아니야’라고 마음을 덜어내는 대신, 내 콘텐츠를 만든다는 마음을 들이면 좋은 콘텐츠는 생각보다 쉽게 나옵니다. 마음이 담긴, 영혼이 담긴, 배려가 담긴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가 아니라면, 세상에 좋은 콘텐츠는 없을 겁니다. 축하합니다. 배려를 담은 여러분, 콘텐츠 크리에이션 레벨이 또 올랐습니다.
좋은 콘텐츠, 그리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담은 시리즈입니다. 크리에이터의 자질과 마인드셋이 궁금하시다면 이 시리즈를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