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 없어. 납기가 중요해”라고들 말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획과 예술 같은 디자인으로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해도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입니다. 큰 비용이 걸린 계약에서라면 더 그렇겠지요. 아무리 작은 계약 혹은 약속이라도 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납기만 중요한 건 아닙니다. 회의 시간, 식사 시간, 업무 시간… 시간이란 시간은 다 지켜야 합니다. 시간을 지키는 것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기술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왜 이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야겠습니다. “시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시간을 지키지 않는 건,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저는 세미나나 발표회 등에서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 “늦게 오는 분들을 배려해서 십 분 뒤에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화가 납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을 데리고 시작하고 싶은 주최 측의 입장도 있겠지만 왜 제시간에 맞춰 온 사람들이 늦게 온 사람들을 기다려야 하는지요?!
어쨌든, 시간을 지키는 것이 왜 크리에이터의 기술일까요? 개인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도 많지만 대개 콘텐츠는 여러 사람의 힘으로 만듭니다. 기획, 디자인, 검수, 발행, 광고, 확산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저마다 노력해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 아이유 님은 “아이유는 하나의 상품이고 이 상품은 이지은이라는 사람을 비롯해 여러 스태프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죠. (아,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납니다😅)
시간은 결코 크리에이터의 편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누구의 편도 아니지요. 콘텐츠를 완성하는데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고, 이 부족한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는 초과 근무를 하고 밤을 새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가 실수하거나,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마음이 변하거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변수는 꼭 생깁니다. 시간을 지키는 것은 의무지만 이 변수를 통제하고 시간을 지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크리에이터의 세 번째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최근에 읽은 책의 글 하나를 빌려와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트라우마 클리너’라는 책에 나오는 어떤 매니저의 가이드입니다. (‘트라우마 클리너’, 세라 크래스너스타인, 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시간 문제가 생기는 유일한 원인이 바로 그겁(의사소통의 부족)니다. 주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끝내려면 팀의 일원으로 함께 일하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트라우마 클리너’는 사람이 죽거나 다쳐서 더러워진 집, 병적인 증세로 청소를 거부한 집 등을 청소해 다른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지워주는 청소업체 STC의 사장 샌드라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냥 청소업체 사장의 이야기라고 미리 짐작하시면 곤란해요. 소설보다 더 극적인(!) 반전이 있으니까요.
시간이 부족한 건 혼자 일하기 때문입니다. 팀으로 일하면서 집단 지성으로 기획하고 협업하면서 일을 진행해야 해요. 그러면 절대로 시간이 부족할 리 없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면, 여러분의 보스에게 말씀하세요. 보스는 그런 거 해결하라고 있는 분이니까요.
자, 팀으로 일하며 시간을 줄인 여러분, 축하합니다. 여러분의 콘텐츠 크리에이팅 기술이 또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