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브레인

하나 마나 한 리뷰. ‘마지막 로맨티스트 정영일’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좋은 콘텐츠를 읽어야 하니까요.

좋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는 책을 읽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하나 마나 한 얘기지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좋은 콘텐츠를 읽어야 하니까요. 그러면 당연히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해요?”

세상이 하도 좋아져서 좋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책들도 많이 나와 있지만 오늘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 사실은 좀 안타까워요. 이 책을 추천하더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 리뷰의 제목이 하나 마나 한 리뷰 아닙니까.) 영화 평론가 고 정영일 선생의 글을 모은 ‘마지막 로맨티스트 정영일’이라는 책입니다. 선생이 생전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는데, 발행일이 1994년 8월 30일.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무려 28년 전 책을 갖고 와서 리뷰를 하겠다니. 구하기가 어려워서 아마 읽지 못하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 로맨티스트 정영일
이미지 출처 : YES24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에 실린 선생의 평론 대상이 된 영화들은 우리가 다 아는 영화들입니다. 대부, 록키, 위대한 개츠비(당연히 디카프리오 버전이 아닙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로미오와 줄리엣(그 유명한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스타워즈(선생은 조지 루카스를 ‘놀랄 만한 청년’이라고 평했…), 람보, ET 같은 영화들에 대한 선생 고유의 감성이 담긴 글들이 실려 있어요. 변사 버전의 도입부와 영화에 대한 기술적인 해설, 감독 및 촬영, 편집자와 배우들에 대한 평가가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독자를 맞습니다.

책은 94년 나왔지만 정작 선생이 이 글을 쓰신 시대는 1976년부터 1987년까지 약 11년입니다. 그러니 지금 시대에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의 언어는 그야말로 생생한 레트로겠네요!

암흑 은하제국의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의 요새 데드 스타에 갇힌 레이아 오가나 공주를 구출하여 은하계의 자유를 되찾으려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중략)… 100세의 우키 원인(猿人) 츄바카 등의 활약이 스피디하게 펼쳐지는 해피엔딩의 우주활극 드라마.

스타워즈를 평한 이 부분을 읽고 우주활극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글로 만든 콘텐츠는 기억과 상상력 모두를 되살려주는 좋은 콘텐츠입니다. 비록 선생의 책을 구하기는 어려우실지 모르겠으나, 수많은 영화 평론 서적들이 있을 테니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영화 서적을 읽어보시면 어떨까, 하는 하나 마나한 제안을 드려 봅니다.

Ray
Ray
미디어브레인 김형덕 부사장입니다.